대한민국 경제계의 큰별, 현대그룹의 창업자 정주영의 자서전이다. 정주영의 삶을 이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해방 이후의 대한민국의 고도성장기의 단면을 보여주는 일화들이 많아서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책을 통해서 알게 되는 정주영의 성공비결은 타고난 성실성과 끈기, 불굴의 도전정신이었다. 정주영은 빈대를 보면서 끈기를 배웠다. 막노동하던 젊은 시절에 숙소에 빈대가 많아 식탁 위에서 잠을 자니 빈대가 식탁다리로 기어 올라왔고, 이를 막으려고 식탁 다리를 물에 담근 그릇 위에 얹어 놓으니 이번에는 천장까지 기어 올라가서 사람을 향해 떨어지더란 것이다. 

책 서문에는 "모든 일의 성패는 그 일을 하는 사람의 사고와 자세에 달려있다. 목표에 대한 신념이 투철하고 이에 상응한 노력만 쏟아부으면 누구라도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 고 써 있다. 책 곳곳에 정주영의 급한 성격과 끈기를 알려주는 일화들이 많은데, 남들이 불가능이라고 생각되는 일들을 저돌적으로 도전해서 성취하는 무용담이다. 예를 들면 겨울철에 UN 묘소에 푸른 잔디를 심어달라는 미군 공사를 맡아서 푸른 보리를 대신 심었다든지, 배 한척 없이 수주를 해서 조선소와 배를 같이 건설한 일화, 아산 간척지를 만들때 유조선을 침몰시켜 거센 물살을 막고 간척지를 완성했다는 일화 등이다.

빈농으로 태어나서 성공을 하게 된 것도 처음 서울에 상경에서 일을 하던 쌀가게 주인에게 인정을 받은 덕분인데, 게으른 주인집 아들과 달리 일개 직원인 정주영은 매일 새벽같이 일어나 가게를 정리하고 성실하게 일을 해서 주인에게 인정받아 쌀가게를 물려받았다. 해방 이후에는 그의 성실성을 높이산 주위 도움으로 자동차 수리공장을 경영하면서 남들보다 빠른 수리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호황을 누렸다. 이후 건설업자들이 버는 금액의 규모가 자동차 수리공장의 몇 배나 되는 것을 보고 건설업에 뛰어든다. 그러다가 6.25 가 터지면서 사업이 어려워졌으나, 동생 정인영이 미군 통역으로 근무하면서 미군 공사를 수주하게 되어 현대건설은 호황을 누리게 된다.

건설업을 하면서 미군공사를 대부분 수주하면서 크게 성장하기 시작했고, 조선업과 해외 건설업을 시작하면서 정부의 비호를 받으면서 사세는 더욱 확장된다. 이후 오일쇼크로 나라가 어려워지게 되자 해외진출을 결심, 오일쇼크로 경제가 가장 호황을 누리고 있던 중동에 진출하기로 한다. 이 과정에서 반대하는 참모진들이 많았으나 이들을 모조리 해고하거나 좌천시킨다. 심지어 현대건설의 해외부문 부사장인 동생 정인영까지 전보시키는 강수를 둔다. 

그리고 사우디의 주베일 산업항 공사를 실비의 25%나 할인한 9억 달러에 수주에 성공하고, 모든 철골 구조물을 바지선에 태워 한국에서 운송하는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공사를 마치면서 세계 100대 기업에 오르는 기틀을 마련한다. 이후에는 포드사와 자동사 사업 합작을 시도했으나 협상이 결렬되자 국산 기술로 자동차 사업에 진출한다. 

정주영이 사업을 확장해 나간 과정들을 살펴보면, 그는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이 아니라서 사업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가지고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 아니었다. 대개는 호황을 누리고 사업기회가 있는 산업분야가 보이면 타고난 성실성과 도전정신을 바탕으로 뛰어들고,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을 직원으로 고용하고, 직원들을 독려하면서 사업을 일궈나가는 형식이었다. 자동차 수리업을 하다가 건설업자들이 돈을 많이 버는 것을 보고 현대건설을 창업했고, 이후에는 조선업이 유망해 보인다는 것을 깨닫고, 건설업을 하면서 얻은 노하우를 활용하면 배를 만들자는 생각에 조선업을 시작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정주영은 천운도 많이 얻었다. 그가 사업을 하던 광복 이후부터 1980년대까지는 대한민국 사상 최고의 경제호황기로, 대한민국의 GDP 가 수십배 이상 증가하는 고도성장기였다. 사업 기회가 많은 성장 시기였기에 실제로 한국의 많은 재벌들이 이 시기에 생겨났다. 물론 그 시기에 모든 사람들이 사업을 성공한 것은 아니었기에 정주영의 업적이 폄훼될 이유는 없겠으나, 정주영이라는 거인이 탄생한 것은 시대적인 배경도 크게 작용했다고 봐야 한다. 

또한 책에서는 많은 부분들이 미화되었다는 것도 감안해야 한다.

6.25 직후 수주한 낙동강의 고령교 공사에서 공사 경험부족에 대한 리스크와 높은 인플레를 예상하지 못하고 저가에 수주를 받았다가 6500만환의 적자를 보고 빚더미에 앉았으나 신용을 바탕으로 이를 극복했다는 언급도 책에 있다. 자신과 동생들의 집을 모두 팔아서 빚을 갚았다고 알려졌으나, 나무위키에 따르면 당시에 정주영과 깊은 관계에 있던 부산의 여성 사채업자가 3억환을 보내주어 위기를 극복했다는 설도 있다. 드라마 영웅시대에서는 여성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이 정몽준(드라마 속 이름은 천오국) 으로 설정되었다. (링크)

현대 중공업을 시작과정에서는 거북선이 그려진 지폐를 통해 그리스 선박왕 리바노스에게 선박 수주계약을 따냈다는 일화가 유명하지만, 사실은 리바노스가 거북선만 보고 선박 발주를 한 것이 아니었다. 그 이면에는 대한민국 정부가 현대중공업에 대해 빚 보증을 섰다는 알려지지 않은 일화가 있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조선소 건립과 조선사업 육성에 대한 의지가 강했기에 정주영에게 조선사업을 키울 것을 주문하였고, 현대는 국가적인 지원을 받으면서 조선업을 일궜던 것이다. 

정주영 본인에 대한 어두운 면도 당연히 책에는 나오지 않는데, 예를 들면 정주영의 복잡한 여자관계, 자식관계에 대해서는 당연하겠지만 전혀 언급되지 않는다. 책 뒷부분에서 본처인 변중석 여사에 대한 고마움을 드러내고 있으나, 수도 없이 바람을 피운 양반이 본처에 대한 고마움을 드러내는 것도 위화감이 드는 건 사실이다. 

또한 열정과 도전정신으로 포장되었지만, 오늘날의 관점으로 보면 근로기준법을 무시한 열악한 노동환경과 가혹한 노동강요로 해석될 내용도 많다. 예를 들면 건설 현장에서 안전관리 기준이 부족해서 많은 근로자들이 사상을 입었다는 내용을 자랑스럽게 쓰여 있다든지. 건설 현장의 납기를 맞추기 위해 밤낮으로 업무을 강요했다는 일화는 오늘날의 기준으로는 근로기준법 위반이다. 울산 현대조선소 건설 현장을 시찰할때는 정주영 본인이 탄 차량이 전복되어 바다에 빠져 목숨이 위험했던 일화도 있는데, 책에서는 본인의 업무에 대한 열정을 강조하는 일화로 소개되었지만 사실은 그만큼 현장의 안전조치가 미흡했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그렇게 보면 정주영이라는 거인의 성공도 사실은 수 많은 임직원의 피땀을 통해 이루어졌다는 생각도 지울 수 없다. 

책의 뒷부분에는 당시의 정치권에 대한 불만도 적혀있었는데, 정주영이 정치를 하게 된 계기를 쉽게 짐작하게 된다. 전두환 정권 시절에 이루어진 기업 통폐합 과정에서 창원의 현대중공업 공장을 대우 그룹에 넘겨주게 된 과정을 기술하면서 이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며 정권이 바뀔때마다 기업이 힘들었다는 이야기를 적고 있다. 그러면서 "정부는 정부가 할 일만 하고, 기업이 할 일은 기업에게 맡겨야 한다" 고 말한다. 

책의 마지막 구절은 다음과 같다. "나는 이 나라를 영광스럽게, 우리 국민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한 일에 온 정열을 기울여 한 역활을 수행하는 것에나의 여생을 쓸 결심이다". 정주영이 대권에 도전하면서 말하는 출마의 메시지이기도 할 것이다. 결국 대선 도전은 실패로 끝났고 그로 인해 현대 그룹도 크게 휘청거렸기에, 차라리 존경받는 기업인으로 끝까지 남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책을 읽다보면 왜 정주영이 정치를 할 결심을 하게 되었는지, 그의 억울한 마음도 공감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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