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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생각하는 국내 최고의 만화가는 바로 "허영만" 화백이다. 40 년간의 꾸준한 작품활동, 그가 발간한 많은 작품들의 평균 이상의 퀄리티는 동시대의 라이벌이던 이현세, 박봉석, 고행석 등과는 차별화 된 업적을 만들었다고 본다.

80년대 ~ 90 년대에 국내 만화시장은 만화방 (대본소) 에 공급하기 위해 한달에 2-3 권씩 만화책을 찍어내는 대량생산이 상식이던 공장만화 시스템이었고, 짧은 기간동안 많은 만화가 양산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만화들의 수준은 매우 낮았다. "질수없다" 는 바로 이런 공장만화가 주류이던 1987 년에 출시된 만화로 기억하는데, 지금은 오래된 만화방에서나 찾아 볼 수 있는 희귀한 레어 만화책이다. 공장만화 시절에 이런 수준의 작품이 나왔다는 것에서 허영만 화백의 능력에 감탄을 금할 수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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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수 없다 (전 5권)" 는 바로 재일동포로 일본 프로야구 역사상 최고의 타자 중 한명이던
장훈 선수의 어린시절부터 고시엔(甲子園;갑자원) 에 도전하던 고등학교 시절과 일본프로야구 도에이 플라이어즈(현 니혼햄 파이터즈) 에 입단한 직후 까지의 이야기를 그린 만화다.

장훈은 1940 년 전쟁중이던 일본에서 태어나 반한(反韓)감정이 극심하던 시절 조선인이란 이유로 많은 시련을 겪으면서 성장한다.

어린 시절, 오른손에 심한 화상을 입었는데 일본인 의사의 치료거부로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손가락 2 개가 붙어버리는 불구가 된다.

고등학교 진학당시, 야구에 뛰어난 재능을 보였지만, 고향인 히로시마에는 야구 강팀이 없어 가족들을 설득한 끝에 홀로 오사카의 야구명문 나니와(浪速) 상고로 전학을 가게 된다. (당시 라이벌 와세다 실업고에는 같은 1학년이던 중국계 왕정치(王貞治; 오 사다하루)가 있었음.)
 
1학년 때 이미 레귤러 명단에 들 정도로 뛰어난 활약을 보였지만 나니와 상고의 혹독한 훈련을 참지못한 한 부원이 폭력적인 훈련을 경찰에 신고하여 1년간 고시엔 출전이 금지된다. (이 때문에 2학년때도 고시엔 예선에 참가하지 못한 나니와 상고는 2 년간 고시엔 출전이 좌절됨)

투수 겸 타자로 활약하던 장훈은 하루에 700 개의 연습투를 던지는 무리한 훈련때문에 어깨가 망가져 이후 타자로만 활동한다.

장훈이 고 3 이 되던 해에는 마침내 팀이 지역예선을 통과하여 고시엔 대회에 출전하나 다케우치(竹內) 감독은 조선인 장훈이 없이도 나니와 상고는 우승할 수 있다고 하여 팀내 최고타자이던 장훈을 엔트리에서 제외한다. (일설에 의하면 팀내에서 일어난 폭력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장훈을 주동자로 지목하여 야구부에서 제명시켰다 함)

장훈 없이 출전한 나니와 상고는 고시엔 1회전에서 무명의 상대팀에게 무득점의 빈곤한 공격력을 보이며 패배해서 1회전 탈락한다. 일본 프로야구의 대선수들은 모두 고시엔에서 맹활약을 한 것에 비해 장훈은 고시엔 본선에 단 한경기도 출전하지 못한 것이다. (라이벌이던 왕정치는 2학년때 투수 겸 4번 타자로 팀을 고시엔 우승으로 이끔)

"처음으로 사람을 미워해 봤습니다. 사람을 미워해 본 것은 처음이예요. 그 사람이 죽어도 절대로 용서하지 못할 것이라는 기분은 처음이었습니다. 보통은 사람이 죽으면 모두 다 용서한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래도 나는 이 사람만은 죽어도 절대 용서 못해요. 지금도 그 마음에 변함이 없습니다. 지금도 그 생각을 하면 흥분해서 손이 떨려요." - 자신의 고시엔 출전 꿈을 짓밟은 다케우치 감독에 대한 장훈의 인터뷰, 월간조선 2000 년 12월호.

고등학교 졸업 후 일본 최고명문 요미우리 자이언츠 입단을 희망했지만 요미우리 자이언츠가 한국계 선수의 입단을 거부, 같은 도쿄 연고인 도에이 플라이어즈에 입단한다. 프로에서는 그 유명한 광각타법(廣角打法; 대부분의 타자는 타구가 일정한 방향으로 몰리는데, 밀어치기와 당겨치기에 모두 능한 장훈은 원하는 방향대로 타구를 보내는 고급 타격 기술을 선보였다. 국내에서는 부채살 타법으로 소개되어, 장효조, 이병규 등이 구사하였음) 으로 일본프로야구에서 안타제조기로 명성을 날린다.

장훈의 일본 프로야구 통산 기록

일본 야구계의 유혹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귀화를 하지 않은 장훈을 전면에 내세운 민족주의 감성을 자극하는 만화이기는 한데... 역시 민족주의와 애국심은 평소에는 모르고 지내다가도 한번씩 생각나게 되면 감동과 재미를 주는 영원한 화두같다. 그래서 월드컵 때마다 많은 사람들이 붉은 티를 입고 신나게 거리 응원을 하는 것이겠지

예전에도 한번 본 적이 있었지만... 다시 봐도 역시 재미있는 만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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