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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대학 졸업 후 음향, 영화 관련 직종에 몇 년 종사하다 결혼 후 훌쩍 아프리카의 케냐로 이민을 떠난다. 그리고 그곳에서 한국인들 대상으로 한 사파리 투어 전문 여행사를 차려서 케냐에서 제 2 의 인생을 살고있는 인물이다.
2005년 KBS 의 "인간극장" 에 소개된 이래 많은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고 결국 자신의 인생과 케냐에서의 삶을 에세이 형식으로 이렇게 책으로 저술했다. 저자는 한국에서 사교육과 돈벌이에 찌들면서 가족을 위해서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하고 살아가는 일반적인 한국적인 "아버지의 삶" 에 자신이 없어서 고민 끝에 케냐 이민을 선택했다고 밝히고 있다.
일상에서의 탈출, 그리고 전혀 자신에게 연고가 없는 새로운 나라에서 새로운 출발을 하는 것은 아마 많은 이들이 한번쯤은 꿈꾸어 오던 그런 삶이 아닐까 싶다. 그는 세계 각지의 여러 나라들 중에서도 굳이 케냐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밝히지는 않고 있었지만 케냐의 아름다운 자연에 대해 극찬을 하면서 아프리카 오지의 삶이 주는 매력을 여러차례 강조한다. 다른 여행에세이와는 달리 이 책이 독자에게 강한 인상과 대리만족을 주는 것은 바로 이 부분이 아닐까 싶다. 언젠가 돌아올 곳을 정해놓고 떠난 사람들의 여행 에세이가 아니라, 새로운 나라에 정착해서 그곳의 삶에 동화되어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의 이야기가 주는 매력.
아프리카에 대해서는 나도 별로 아는 바 없지만, 21세기의 아프리카는 우리가 TV 에서 다큐멘터리로만 보던 정글과 자연의 아프리카의 모습은 아니었다. 주요 거점 도시들은 발전을 거듭하면서 고층 빌딩들과 심한 교통 체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반면, 난개발로 점차 설자리를 잃어가는 아프리카의 자연은 결국 국립공원으로 보호받으면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아프리카의 아름다운 자연과 사파리에서 만날 수 있는 동물들의 즐거움 이면에는 아프리카의 모든 나라들이 공통적이 겪는 문제인 만연한 가난과 교육의 부재로 가난을 대물림하는 빈곤층들, 그리고 높은 에이즈 감염율이라는 어두운 단면들이 있다.
이 책에는 케냐 사람들의 고달픈 삶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소개되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인상깊게 읽은 이야기는 치안이 불안정한 케냐의 범죄 양상 중 이른바 "똥강도" 에 대한 것이다. 케냐의 강도들은 "똥" 을 사용해서 주로 외국인이나 현지 여자들을 타켓으로 해서 돈을 요구한다는 것이였다. 저자는 케냐에서 늘 강도를 우려해서 차의 창문을 10cm 이상 열지 않고 다녔는데 공교롭게도 그 창문 틈으로 똥을 담은 병을 집어 넣으면서 돈을 요구하는 강도를 만났다는 것이다. ㅋㅋ 강도가 100 실링(우리 돈으로 1500원)을 주지 않으면 똥물을 모두 차 안에 부어버린다고 요구했는데 협상을 시도해서 20 실링 (300원) 만 주는 것을 타협을 봤단다. -_-. 특히 예전에는 똥강도들이 더욱 다양한 방법으로 활동했는데. 이들이 사용한 똥은 김이 모락모락 나는 그런 똥이였단다. 과연 그 똥은 어디에서 난 것들일까 -_-
그리고 또 하나는 자신의 집에서 보모 겸 식모로 일하던 모니카에 대한 추억이었다. 루아족인 그들은 자신의 형제가 죽으면 그 형제의 부인을 자신의 부인으로 데리고 사는 관습이 있어서 유별나게 에이즈 감염율과 사망율이 높단다. 저자의 와이프가 둘째 아이를 임신했을 때 으레 하듯이 보건소에서 모니카의 건강 검진을 받았는데 놀랍게도 너무나 정숙하고 청결했던 그녀가 에이즈와 중증의 매독 감염이었다는 것이다. 결국 어쩔수 없이 그녀를 해고 해야만 했다는 이야기.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고 무지한 관습과 잘못된 가부장적인 문화로 인해 고통받는 아프리카 사람들 - 특히 아프리카 여인들 - 의 비참한 현실을 잘 보여주는 이야기였다.
이 책은 저자가 사파리 전문 투어 여행사를 경영하면서 겪은 일들, 그리고 아프리카에서 외국인이 사업을 하면서 겪는 어려움들 외에 사파리 여행의 팁, 그리고 케냐의 주요 관광지들에 대한 소개도 겸하고 있어서 아프리카 여행을 꿈꾸고, 사파리 여행을 가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유용한 정보를 담고 있는 책이다. 책에는 저자의 웹 사이트 주소 www.africasafaris.co.kr 까지 소개하면서 이 책을 통해서 은근히 케냐 사파리 여행객들이 많이 늘어나고 저자의 여행 사업이 번창하기를 바라는 속내도 읽을 수 있었다. 편집자와 교정자의 노력이 있었겠지만 재미있는 문체와 지루하지 않는 적당한 길이의 에세이들의 모음 덕분에 즐겁게 읽을 수 있었고, 책 중간 중간마다 삽입되어 있는 케냐의 모습들을 보여주는 사진들 ( 처음에는 이 사진들을 저자가 직접 찍은게 아닐까 했는데 사진작가 이동녕의 작품이란다 ) 덕분에 책을 읽는 즐거움도 더해진 것 같다. 다만 아쉬운 것은 사진들 마다 어떤 내용에 대한 사진들인지 설명이 추가되었으면 하는 점이었다. 책의 이야기와는 동떨어진 아프리카의 풍경을 보여주는 그런 사진들도 많아서 책의 내용과 매칭이 안되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이다. 기분전환과 대리만족을 위해서 꽤 즐겁게 읽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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