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만 이러 내용이 책으로 나올 수 있는 것은 우선 벌써 세 권이나 집필을 했다는 저자의 필력이 돋보이는 좋은 문체와 깔끔한 문장. 그리고 평범한 이야기이지만 곳곳에서 보이는 저자의 통찰력 덕택이 아니었을까 한다.
개발자라면 누구나 자신의 경력관리와 나이를 먹으면서 자신의 향후 앞날에 대해서 고민을 하게 된다. 이 책에서는 이러한 부분을 아주 잘 긁어주고 있다. 개발자의 미래는 크게 두가지 길로 구분지을 수 있다. "생활의 달인" 처럼 개발의 달인이 되어서 자신이 좋아하는 개발을 마음껏 하는 track 을 타는 경우. 하지만 이러한 루틴은 일반적으로 회사에서 출세하는 것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문제다. 특히 조직 내에서 관리자 혹은 임원 급으로 출세하기 위해서는 기술 임원이라고 해도 본인이 직접 개발을 하기보다 큰 그림을 그리고 개발 조직을 잘 관리 / 운영하는 것이 더 중요하게 된다. (조직에서도 이러한 것을 원한다.) 결국 젊었을 때 코딩이 재미있다고 해서 계속 코딩만 하겠다고 고집하는 개발자는 오히려 경력이 쌓일수록 조직에서 자의반 타의반으로 불이익을 받게 되는 경우도 보았다.
또 하나는 “전공발산의 공식” 이라고 저자가 표현하는데, 회사에 입사한 지 수년이 지난 후에는 전공과는 다른 일을 하게 되는 경우를 말한다. 공대 출신들이 퇴직한 이후에는 결국 치킨집을 차린다는 것에서 “닭튀김 수렴 공식” 이라는 우스개 소리를 하기도 했지만, 사실 전공발산공식을 딱히 부정적인 느낌으로 부를 필요는 없다고 본다. IT 회사의 다양한 직무들 중에는 개발자 / 엔지니어 베이스의 기술적인 배경을 갖고 있는 인력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서 실제로 주위를 둘러보면 많은 사람들이 개발자의 길을 걷다가 기획 / 마케팅 혹은 기술영업 / 기술 컨설팅과 같이 기술적인 지식을 필요로 하는 다양한 직무로 전환하는 것을 보곤 한다. 개발에 지친 개발자들, 혹은 개발업무를 하다가 새로운 일을 하고 싶어서 다른 직무 전환을 신청하는 경우 등도 종종 있다.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개발자의 이러한 솔직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커리어 패스와 미래에 대해서 한번쯤 더 생각을 하는 기회를 갖게 만들어 주는 것이 어찌보면 이 책의 의도한 바가 아니었을까 싶다.
저자는 자신의 월요병과 회사 생활을 하며 겪은 방황의 시간을 일정 기간 동안의 휴직을 통해서 해결했다고 말하고 있다. 자신만의 안식년을 가진 셈인데. 대한민국의 개발자들의 여건상 이러한 것이 모든 사람들에게 가능한 방법이 아니라는 점에서 이러한 저자의 경험은 공감을 얻기 힘들다는 것이 좀 아쉽다. 가벼운 마음으로 부담없이 볼 수 있는 개발자의 에세이로 한번 읽어볼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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