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도서관에서 빌려서 재미있게 읽은 책이다.
60~70 년대 한국 재벌의 성장 과정과 우리나라 경제성장 과정의 여러가지 이야기들, 그리고 삼성이라는 조직을 이병철 회장이 어떻게 키웠는지에 대해서 알고 싶던터라, 꽤나 흥미롭게 읽었다. 역시 현재 국내의 대부분의 대기업들 - 삼성, LG, 현대, 오리온, 쌍용 등등... - 은 모두 6/25 직후 창업되거나 6/25 직후 급속히 사세를 확장했다는 사실이 흥미로운데. 일제시대와 전쟁을 거치면서 산업 기반이 완전히 파괴되고, 수요는 존재하되 공급은 없는 상황에서 자본과 경영에 대한 선구안을 가진 경영자들이 그동안 수입에 의존하던 상품들을 국내에서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압도적인 M/S 와 자본을 축척하고, 성공적으로 회사를 키워가는 과정을 보며 역시 경영이란 개인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시류를 잘 타야 한다는 것도 새삼 깨닫는다. 일본의 경우역시, 미쓰비시, 미쓰이와 같은 대부분의 재벌들이 메이지 유신 직후 일본 산업발전시기에 국내 수요를 공급하면서 급속도로 성장했다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의 경제발전의 과정과 유사하게 컸다는 것을 알수있다. 물론 일본은 항상 한국보다 5 ~ 10 년은 앞선 길을 걸었지만.
특히 이 책에서 재미있게 읽은 에피소드가 있어서 여기에다 옮겨적고 싶다.
이병철 회장이 일본 출장을 갈때마다 즐겨 찾았다는 도쿄의 단골 복어회집 후구겐.
후구겐의 주방장이자 주인은 가와시마 겐조(川島源藏, 1892 - 1967) 이란 사람인데, 그는 젊어서 조선에서 사업도 하고, 빠징코 직원, 막노동, 유랑악단 단장, 일식집 주방장 등등 안해본 것이 없던 사람이었다. 가와시마는 42세가 되던해에 스스로 한가지의 분야에서 일가를 이루지 못하면 살아있는 보람이 없다. 는 뜻을 세우고 복어회의 명인이 되고자 일식집을 차린다.
긴자의 니혼바시에 일식집을 차렸으나 초기에는 손님이 오지 않았다. 1인분에 10엔 -요새 가격으로 치면 3000 엔- 이나 하는 비싼 가격 때문이었다. 하지만 맛이 있으면 결국 손님은 오게 되어 있다는 신념으로 가게를 운영, 스스로 광고지를 만들어서 나누어주기도 하고, 주위사람들에게 꾸준히 홍보를 했다. 어느날 은행의 사보에 그의 가게에 대한 기사가 실렸고, 작은 기사였음에도 불구하고 그후 그 기사를 본 손님들이 몰려들어 유명해지게 된다. 가격은 여전히 비싸, 복어가 2온스에 3000 엔이었다. 이 비싼 가격의 이면에는 자신의 요리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다.
요리에 대한 그의집념은 대단했다. 늘 조리실에서 모든 요리를 직접 한것은 물론, 탕을 만들때면 국물의 양, 불의 세기, 물의 양등을 정밀하게 체크했다.술은 항상 후쿠오카의 명주인 "흰색꽃" 이란 술을 쓰고, 술병의 목까지 가득차게 넣었다. 결국에는 가와시마의 복요리 집은 정말 양심적이라는 평을 듣게 된다. 분위기에 대한 배려도 남달라, 한번은 고위공무원 한 사람이 지방에서 손님을 모시고 온 일이 있었다. 요리에 감탄한 손님들이 과하게 술을 마시고 큰 소리로 떠들면서 노래를 불렀는데, 그날 가와시마는 손님을 모시고 온 고위 공무원에게 앞으로 6개월간 자기 집에 올수 없다고 통보했다. 가와시마는 이만큼 자기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투철했다. 그런만큼 그가 만든 요리 또한 당대 최고였다.
그가 내놓는 복어회의 특징은 이러했다. 생선회의 단면은 홍색으로 빛나야 하며, 생선살에 탄력이 있어야 하고, 얇은 단면은 아름다운 무지개 색으로 빛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회칼이 예리해서 같은 속도로 단숨에 생선을 자르지 않으면 색깔이 균일하지 않다는 것이다.
종이처럼 얇은 복어회를 또 양분해서 회를 뜨니 그 기술의 어려움은 이루 말할수 없다.
재료 역시 배의 지느러미가 흰 호랑이 복어만을 쓰는데, 머리부터 꼬리까지 정확히
50 센티 전후의 최상품만 쓴다. 후구겐은 또한 1년에 6개월만 영업을 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즉 10월 1일부터 이듬해 3월까지만 영업을 하는데 그 이유는 여름이 되면 복어가 맛이 없어지기 떄문이다. 영업을 하지 않는 6개월간은 시모노세키나 규슈 등지를 돌아다니며 최상급 복어를 미리 예약하고 실내장식을 재정비 하는등 영업 준비에 만전을 가한다. 후구겐은 사용하는 접시 또한 일본 최고의 도자기인 아리타 백자 접시만을 쓴다. (임란때 조선에서 끌려간 도공들이 만든 일본 최고의 도자기) 가와시마는 이렇게 요리는 물론 술, 접시에 이르기까지 일본 최고를 고집한 요리사였다. 요리에 목숨을 걸고 한평생을 매진해 온 장인으로서의 집념과 프라이드가 그에게 있었다. 이러한 장인정신 떄문에 그는 일개 요리사임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로 부터 훈장까지 받게 된다.
"이병철 경영대전, p209 - 212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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