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의 역사를 1970 년대, 개인용 PC 가 태동하던 시기부터 인터넷과 스마트 폰이 지배하고 있는 2010 년에 이르기까지 주로 개인용 PC 의 발전사를 추적하면서 관련된 IT 의 역사를 기업과 인물 중심으로 풀어 쓴 책이다. “거의 모든” 이라는 수식어가 제목에 붙었지만, 사실 책 내용의 많은 부분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애플 이라는 이른바 “모바일 플랫폼 삼국지” 기업에 할애되어 있다.
인물 중심의 이야기라서 너무나 유명한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 등의 성장과정과 그들이 어떻게 회사를 세우고 키웠는지에 대한 묘사가 책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특히 “인물 중심” 의 서술관에 입각해서 스타 CEO 한 명만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보좌하는 2인자, 그리고 가족과 동료들이 그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지를 유기적으로 설명한 부분들이 매우 좋았다.
사실 인물 중심의 서술의 맹점 중 하나는 어떤 조직이나 기업체를 대표하는 인물 혼자서 모든 일을 다 해낸 것처럼 대표적으로 묘사되는 오류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CEO 가 창출하는 성과는 실제로는 그를 보좌하는 무수히 많은 참모진과 부하직원들이 함께 노력해서 만든 성과인 것이다. 이 책은 이러한 부분들을 간과하지 않고 CEO 한 명에게만 초첨을 맞추지 않고 각 기업들이 지금의 성공을 이뤄내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우수한 인재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는 좋은 균형감각을 보여준다.
저자는 책에서 등장하는 인물 혹은 주변인들에 대해 인터뷰 하면서 자료 조사를 한 것이 아니고 인터넷 및 관련서적과 같은 2차 사료를 활용해서 대부분의 정보를 얻었음을 알 수 있다. 위키피디아를 통해서 책에서 쓰여진 내용의 50% 이상의 정보를 얻었다고 후기에서 밝히고 있듯이, 이 책은 철저하게 인터넷과 다른 첨고서적을 바탕으로 쓰여졌다. 여기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은 책에서 서술하고 있는 IT 기업들의 역사가 피상적이고 단순한 사실의 나열에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자신이 수집한 정보들을 단순한 사실의 나열로 끝내지 않고, 여기에 적절하게 자신만의 식견과 통찰력을 바탕으로 한 의견을 제시함으로써 글을 읽는 즐거움을 더해주고 있다.
책에서는 모바일 플랫폼 삼국지의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애플에 대해 많은 부분이 할애되어 있고, 그 외에도 전자출판의 혁명을 일으킨 아마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의 1 인자인 페이스 북, 그리고 전통적인 IT 업계의 강호인 IBM 와 HP 에 대해서도 언급된다. 그렇지만 국내 기업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국내 기업에 대한 내용이 없는 것에 대해서 저자는 이렇게 밝히고 있다.
“기존의 제조 중심의 원가 절감 식의 사고방식으로는 새로운 트렌드의 급변하는 IT 업계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국내 기업들이 더 많은 매출과 순이익을 기록했다는 뉴스보다는 IT 업계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뉴스가 나오기를 기대한다. “
즉, 저자가 책에서 주로 다루고 있는 기업들은 철저하게 IT 역사에 있어서 새로운 혁명적인 제품을 내놓았거나, 시장의 흐름을 바꾼 기술이나 제품을 보유한 기업들이었다. 팔로워 전략을 구사하는 국내 기업들이 저자의 이런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에 저자가 책에서 많이 언급하지 않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제조 경쟁력 역시 중요한 산업 기술분야인 것을 너무 간과했고, 또 외국의 잘나가는 IT 업계에 대한 동경이 과도하게 반영된 시각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인텔, GE 와 같은 IT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하드웨어 기업들에 대한 시각은 철저하게 배제된 채 SW 기업들에 대한 이야기가 주류를 이루고 있어서 “거의 모든 IT 의 역사” 라는 제목과 매칭이 안 되는 느낌이다. 부제인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구글의 IT 삼국지” 가 이 책의 내용과 조금 더 가깝지 않을까도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많은 자료를 바탕으로 40 여 년간의 IT 의 역사와 주요 트렌드를 짜임새 있게 매우 잘 정리한 책이다. 본래 저자의 블로그에 쓰여졌던 글들을 모아서 책으로 엮었기 때문에 흥미 위주로 접근해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장점들이 있고, IT 업계의 흐름에 대해 전반적으로 폭넓은 시각을 가질 수 있는 장점도 있는 좋은 책으로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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