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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년 6개월의 시간동안 AI 기반의 자산관리 퀀트 서비스를 개발하고 서비스했습니다. 서비스 자체는 수익을 한푼도 내지 못했지만 이 서비스로 초기창업패키지, 창업기술성장개발 디딤돌 사업 등과 같은 굵직한 정부과제를 수주하고, 관련해서 특허도 3건을 출원했습니다. 계산해보니 이 서비스를 통해 벌어들인 정부과제 지원금 수주액은 3억원이 넘었으니 이걸 개발하고 소기의 성과는 거둔 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랜 고민끝에 피벗을 결심했습니다. 피벗을 결심한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1. 다양하게 마케팅을 했음에도 고객들이 서비스를 계속 사용하고 재방문(Retention) 하지 않는다 

PMF (Problem - Market - Fit) 이 어딘가 맞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게 되었습니다. 항상 자신의 가설이 틀리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은 마음 아프지만, 제가 처음에 구상했던 뉴지*탁, 퀀*킹, 퀀*스 같은 서비스보다 더 좋은 서비스를 만들어서 퀀트 투자를 하고 싶어하는 찐 팬들이 저희 서비스를 좋아해 줄 것이고, 이들을 모아서 사업을 일구자는 가설은 맞지 않았습니다. PMF 가 틀린 원인으로는 대중적인 투자자들을 끌어들인 요인이 부족했다. 퀀트 투자자의 모수가 너무 적고 그들만의 리그이기 때문에 더 큰 규모로 사업 확장이 어려웠다. 일반 사용자들을 퀀트 투자로 유도하기 위한 준비가 부족했다 등이었습니다. 

 

2. 사업을 하고자 하는 도메인에 대한 전문성 부족했다

투자를 너무 좋아했기 때문에 "퀀트 서비스" 를 모토로 서비스를 만들었지만, 저나 핵심멤버 중에서 여의도 출신이 없다는 한계는 명확했습니다. B2B 금융권 고객을 대상으로 영업도 안되었고, 금융전문가가 사내에 없다는 약점은 투자자에게 지적받았습니다. 더 큰 문제는 핀테크 서비스는 신뢰도가 핵심인데, 내부에 금융권 출신 전문가가 없다보니 이런 부분에 대한 신뢰를 줄 요인이 너무 약했습니다. 

 

3. 대표의 그릇만큼 회사의 사업과 서비스는 성장하는데, 내 그릇에 담기에는 너무 큰 서비스였다

사업을 하면서 이 부분을 뼈저리게 느끼게 됩니다. 퀀트 서비스는 금융 데이터 크롤링, 투자전략 개발 및 백테스트, 차트 분석과 같은 다양한 기능들이 추가되면서 방대한 서비스로 발전해 나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전체 서비스의 기술적인 내용을 제가 완전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니 핵심 개발자가 퇴사를 한다고 했을때 서비스가 전체가 흔들리게 되었습니다. 대체할 인력을 채용해서 계속 이끌어 나가면 되겠지만, 제가 전체 시스템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보니 서비스 개선점이나 기획안을 내기도 힘들었습니다. 결국 내가 좋아하는 분야도 중요하지만, 또 내가 서비스를 잘 파악하고 필요하면 직접 핸들링 할 수준이 되어야 서비스가 제대로 돌아간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글을 쓰면서도 저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은 마음 아프지만 기록을 통해 무엇이 잘못인지를 반성해 보고 다른 기회를 계속 찾아야 합니다. 회사는 계속 유지되어야 하니까요. 기존 서비스를 접는 것은 아니고 계속 유지는 할 생각입니다. 하지만 제가 이 서비스를 포용하기 힘든 상황이라서 현상 유지만 하면서 피벗을 통해 다른 사업에서 기회를 찾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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