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 약정도 다 끝났기에 3년간 쓰던 갤럭시 S3 를 버리고 큰맘 먹고 휴대폰을 바꿨다.
8월 20일 출시한 갤럭시 노트5 와 갤럭시 S6 Edge 를 저울질 해 보다가 S6 Edge 로 선택.
사실 이 두 제품은 스펙이 거의 동일하다. 개발단계에서도 동일한 플랫폼에 많은 부분에서 동일 부품을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데, 개발/제조 측면에서의 효율성을 위해 이렇게 한 것으로 보인다. 펜 필기를 원하는 고객과 전작 S6 에서 인기가 좋았던 엣지 스타일을 원하는 고객을 둘다 잡겠다는 전략인데. 한편으로는 타켓을 명확히 하지 않고 라인업을 다 펼쳐놓고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골라보라는 백화점 식 전략이라는 느낌이다.
삼성 "갤럭시 S6 엣지+" 와 노트5 리뷰: S펜이 있고 없고의 차이
개봉기. 스티브 잡스는 고객이 구매한 애플 제품을 개봉할 때 두근거리는 느낌을 갖게 해 주기 위해 제품 포장과 구성에 이르기까지 심혈을 기울였다는 일화가 생각난다. 구성품 중에서 무선충전기가 기본 포함되어 있지 않은 부분이 많이 아쉽다. 갤럭시 S6 부터 크게 홍보하는 무선충전기능을 고객이 직접 경험해 보기 위해서는 무선충전기를 별도로 사야 한다.
우선 아쉬운 점을 꼽자면 많은 이들이 인터넷에서 지적하는 "일체형 배터리" 와 "SD 카드 장착 불가" 를 들 수 있다. 애플은 폐쇄된 플랫폼에 통제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면서 사용자에게 애플이 원하는 형태의 제한된 경험만을 받기를 원한다. 생전에 스티브 잡스는 이용자들이 애플 제품을 뜯어보는 것을 극도로 혐오했기에 맥북의 나사 조차도 일반 시중의 드라이버로는 열지못하는 형태로 디자인 했다는 말이 있을 정도. 이로 인해 미려하고 더 얇은 디자인이 가능해졌다.
반면 오픈 플랫폼을 추구하는 안드로이드 폰은 대개 배터리 탈부착이 가능했고 SD 카드와 같은 확장성도 제공하기에 폰으로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등 컨텐츠 소비가 많은 이용자들이 크게 선호했고. 이러한 차이가 애플과 삼성(을 포함한 안드로이드 진영) 의 큰 차이이기도 했다.
그런데 갤럭시 S6 부터 휴대폰 교체되는 것을 포기하고 일체형으로, 애플과 같은 디자인으로 전환해 버렸다.
분명 S6 들어서 디자인이 많이 예뻐졌다. 많은 혹평을 들었던 전작의 "대일밴드 모공 디자인" 에서 불과 1년만에 매끈한 엣지 디자인을 내놓은 것을 보면 삼성의 저력이 느껴진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갤럭시 S5 디자인을 지휘한 총괄 부사장이 교체되기도 했다 링크)
하지만 디자인을 위해 갤럭시의 장점인 배터리 교체와 SD 카드 확장을 포기한 것은 너무 아쉽다. 애플 따라가기 식의 카피캣이란 비난은 더 심해질 것이다. 더 슬림해지고 날렵해지긴 했지만, 어차피 요새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마트 폰에 보호 커버를 씌우고 다니기에 몇미리 더 얇게 만들기 위해 배터리 교체를 포기한 것은 악수로 보여진다. 정말 애플의 대항마가 될 생각이었으면 아이폰 못지 않은 예쁜 디자인에 배터리 교체도 가능하도록 만들어야 했지 않을까.
S6 에 이어 S6 엣지 플러스, 노트5 까지 계속 일체형 배터리로 출시되고 있으니 당분간 갤럭시 시리즈의 배터리 일체형 전략은 바뀌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생각해 보면 불과 1년전, 삼성이 갤럭시 S5 의 장점을 내세울 때 아이폰 유저들은 배터리 교체가 되지 않아 벽의 콘센트를 찾아 다닌다는 광고 "Wall Hugger" 를 내보냈던 것을 생각해 보면 1년만에 제품의 컨셉이 완전히 뒤바뀌는 이런 전략은 시리즈의 아이덴티티 차원에서도 많은 아쉬움이 든다.
https://www.youtube.com/watch?v=SlelbGtPEdU 아이폰 "Wall Hugger" 를 조롱하는 S5 광고
최근의 스마트 폰 경쟁 심화에 편승해서 출고가도 낮아졌고, 여기에 각종 보조금을 더하면 과거 갤럭시 시리즈보다는 많이 저렴해 졌다. 물론 그래도 분명 비싸긴 비싸다. 최강의 하드웨어 성능에 미려한 디자인까지. 높은 경쟁력을 갖춘 모델임은 분명하다. 다만 지나치게 경쟁사를 의식한 조급함이 보이는 부분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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