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전시되어 있길래 무심코 들쳐보다가 그자리에서 다 읽었다. 올해 세계수학자대회가 서울에서 열리는 것을 기념하여 수학 관련된 책들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그 중에 한 켠에 있었던 것.
일본 문학에서 흔히 볼수있는 특유의 잔잔한 서정성과 감정의 서술이 꽤 돋보이는 작품이다. 작품의 출간 연도인 2004년으로 짐작해 보건데 2000년 전에 상영되어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영화 "메멘토" 에서 "단기기억상실증" 에 걸린 박사 캐릭터에 대한 모티브를 얻은 것 같다. 자신의 기억 상실증을 보완하기 위해 박사가 옷 여기저기에 메모지를 붙였다는 설정을 보면 영화의 오마쥬가 더욱 짙게 드러난다.
소설에서는 수학광이며, 케임브리지에서 유학까지 한 정도의 수학자인 "박사" 의 캐릭터를 잘 살려냈다. 수학은 소설에서 풀어내기 쉽지 않은 소재일텐데도 일반 독자들도 큰 거부감이 없도록 소수와 대수에 대해서 서술한 부분은 높은 평가를 하고 싶다. 작가는 이 부분에 큰 의식을 했는지 주인공인 "쿄코" 의 학력을 고등학교 중퇴자로 설정했다. 저학력자인 일반인들에게도 수학을 쉽게 설명한다는 것이 박사의 장점이라는 설명도 등장한다. 이 소설에서 완전수, 소수, 쌍둥이 소수 등의 수학 용어들은 한신 타이거즈의 전설적인 에이스 "에나쓰 유타카" 와 더불어 박사와 주인공간에 이루어지는 인간관계를 설명해주는 큰 테마이다. 야구는 그 무엇보다도 통계와 수학이 필요한 스포츠이기에 박사가 야구팬이라는 설정은 그럴듯하다. 그리고 "에나쓰 유타카" 와 "수학" 으로 이어진 박사와 주인공, 루트 간의 인간관계는 꽤 잔잔하면서도 디테일하게 묘사되었다. 여기에 박사와 "미망인" 의 비밀스러운 관계가 밝혀지는 계기도 박사가 애지중지하며 모으던 "야구카드" 에서 비롯된다.
박사와 쿄코, 루트간의 관계의 변화, 그 와중에 발생되던 미망인과 쿄코 간의 갈등 등 인간관계가 풍부하게 묘사된 점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한가지 느끼는 점은 이 책을 비롯해서 일본 문학, 드라마에서는 유독 수학자들이 자주 등장한다. (당장 기억나는 것만 해도 일드 야마토 나데시코, 용의자 X의 헌신 등) 수학의 노벨상인 필즈상을 세명이나 배출했을 만큼 일본의 두터운 기초과학(수학)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이렇게 대중문학에서도 다양하게 표출된다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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