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ur] 일본 규슈 여행 (2) 가고시마(鹿兒島)
구마모토를 거쳐 다음으로 구경간 곳은 가고시마 현(鹿兒島縣) 이었다.
일본 전국시대 당시에는 사츠마(薩摩) 와 오오스미(大隅) 2개 국(國) 으로 나뉘어져 있었는데, 메이지 유신 당시 폐번치현(廢藩置縣; 지방 분국을 번 단위에서 현 단위로 함 ) 을 하면서 사츠마(薩摩)와 오오스미(大隅)를 합쳐 가고시마 현으로 만들었다.
가고시마 하면 우선 떠오르는 것은 용맹스러운 사츠마 무사 들이다.
일본 최 남단에 위치한 사츠마 지방은 예로부터 사무라이 들이 용맹스럽기로 소문난 지방으로, 전국시대 당시에는 이곳의 영주였던 시마즈(島津) 가문이 규슈 전토 통일을 눈앞에 두고 도요토미 히데요시에게 항복했던 역사가 있었고, 메이지 유신때는 사츠마 출신의 많은 유신지사들을 배출했다. 우리 입장에서는 아주 어이가 없는 이론인 정한론(征韓論; 일본이 발전하려면 한국을 정복해야 한다는 이론) 의 주창자인 사이고 다카모리(西鄕隆盛)의 고향이기도 하다. (사이고 다카모리는 메이지 유신삼걸(維新三傑) 중 한명..)
메이지 유신 이후 유신의 주역이던 사츠마 출신의 많은 유신지사들이 정계로 진출하였다. 이는 지금도 전통으로 이어져오고 있어, 일본 총리였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집안을 비롯하여 많은 일본의 정치인들을 배출한 곳이 바로 이곳 가고시마 이다.
그래서 그런지 만화 정치9단의 주인공 카지 류우스케의 고향도 가고시마로 설정되 있다.
가고시마의 남쪽에 있는 치란(知覽) 이라는 마을에 갔다. 원래는 치란의 교토라 불리우는 사무라이 마을을 보러 간 것인데, 가는 도중에 생각지도 않은 것을 보게 되었다.
치란이 바로 태평양 전쟁 당시에 일본의 가미가제 특공대 항공기지가 있던 곳이란다. 여기에 바로 치란 평화공원이라고, 가미가제 특공대를 추모하는 공원이 있었다.
가미가제 특공대(神風特攻隊)는 태평양 전쟁 말기, 패색이 짙어진 일본이 전세를 뒤집기 위해 250 Kg 의 폭약을 실은 비행기로 미군 군함에 자폭하는 세계 전사상 유래가 없는 전술이었다. 폭약을 적재한 비행기를 직접 조종해서 군함에 들이받기 떄문에 일반 폭격에 비해 정확도가 훨씬 높고 효과가 좋다고 판단한 일본 대본영은, 초기에는 약 300 명의 가미가제 특공대만 투입하면 전세를 역전시킬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한다.
대본영에서는 가미가제 특공대원을 대단히 명예롭게 치켜세운지라 자원하는 조종사들도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실전에서는 가미가제 특공대가 군함에 급강하 하는 순간 죽음의 공포에 사로잡힌 조종사들이 핸들을 꺽거나 머뭇거리다가 제대로 군함을 향해 돌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10대중 9대 꼴로 대공포에 맞아 파괴되거나 바다에 쳐박혀서 큰 효과가 없었다 한다.
인간의 삶에 대한 집착과 생명의 존엄성을 무시한 가미가제 특공작전은 이렇게 실패로 끝난다.
마침 내가 일본을 방문했던 8월 6일은 히로시마 원폭투하일로 일본 TV 에서 원폭희생자 인터뷰등과 같은 특집 방송을 내보내고 있었다. 애초에 전쟁을 일으킨 잘못은 반성하지 않고, 평화공원만 지어놓고 특공대원을 추모하는 모습들을 보자니 아직 일본인들은 정신 못차렸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정신 못차리고 있는 얼빠진 일본인들에 대한 생각을 하면서... 치란의 교토, 사무라이 마을에 도착했다. 우리식으로 말하자면 민속촌 쯤 되나... 옛날 무사들의 집안과 정원이 잘 보존되어 있었다.
치란은 잘 정돈된 거리와 예전 모습을 보존하고 있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날씨가 너무 더워서 차분하게 감상을 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가고시마는 시골도시였지만 차분하고 편안한 느낌이 나는 곳이었다. 한편, 이곳에서 가미가제 특공대 추모공원도 보고, 여기서 영웅대접을 받는 정한론의 주창자 사이고 다카모리의 동상과 사진도 수없이 보면서 일본에 대한 반감도 심해진 것이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