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디워(D-War) 를 개봉 첫날 강남역시티극장에 가서 봤다.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보는것도 정말 오래간만인데... 특히나 당일 개봉한 영화를 본 것은 아마도 머리털 나고 처음이 아닐까 싶다...

사실 전작인 심형래 감독의 "티라노의 발톱" 은 케이블 TV 에서 봤을 때 그 허접스러움에 어처구니가 없었고 (선사시대를 묘사한다며 거적떼기를 걸치고 산속에서 등장하는 야만인들과 모형 공룡들... 안습..) , 이후 개봉했던 "용가리" (이걸 본 친구 말에 의하면, 어린이 관객이 많았는데 극장에서 아이들이 떼를 쓰더란다. "엄마.. 너무 재미없어.. 집에 가자~~" 라고.. ) 등 야심한 도전에도 불구하고 연이은 실패때문에 사실 심형래 감독에 대해 약간의 편견과 선입견이 있었다.

하지만 6년 동안 수백억을 들여 만들었고, 미국 올로케에 미국인 배우를 기용하여 세계를 상대로 승부수를 던진 영화라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 했고, 개인적으로 이번 디워 는 기대도 많이 되서 일찍 퇴근한 김에 극장에 가서 보기로 했다.

일단 평일임에도 극장을 사람들이 거의 가득 매운 상태였다. 그리고 예매를 하려는데 대부분의 극장들이 매진이거나 표가 거의 없는 상태라서 관객들의 디워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여주는 듯 했다. 한가지 재미난 것은, 나이많은 관객들도 꽤 많이 보인다는 점이다. 아마 심형래 감독의 올드팬인 것 같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여기서 부터는 스포일러 입니다! =========================


영화 스토리는 간략히 말해 "500 년마다 여의주를 품고 나타나는 소녀를 차지하기 위한 이무기와 주인공간의 추격전"이라 할 수 있다. 500 년 전에 조선시대에-_- 나타났던 이무기는 여의주를 지키기 위한 소녀와 주인공의 자결로 뜻을 이루지 못하고 500 년 후에 LA 에 환생한 주인공과 여의주 소녀를 다시 노린다는 스토리다.

일단 개인적으로 너무 좋아하는 영화 "터미네이터" 에서 어느정도 모티브를 받지 않았나 싶다. 여주인공 이름이 "새라' 인 것도 그렇고... 영화 초반부에서 주인공이 "새라" 라는 이름만으로 여주인공을 찾는 과정이라든지, 사막의 고속도로를 타고 달리며 자신을 집요하게 노리는 이무기로 부터 도망치는 장면이 특히 그러했다.

많은 이들이 언급하듯, CG 와 특수효과가 상당히 훌륭했다. 헐리우드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상당히 근접한 수준이었고, 건물 폭파신이나 이무기들의 전투씬은 상당히 리얼리티가 높았다.

(여기서부터는 비평... ) 하지만 역시나 심형래 감독 영화의 최대약점은 빈약한 스토리 라인이다. 비주얼은 화려하지만 비슷비슷한 비주얼들이 반복되다보니 ( 차타고 도망가고, 이무기가 뒤에서 쫒는 장면만 세 번은 나오는 듯 하고, 영화 막판 선한 이무기와 악한 이무기가 물고뜯고 10분은 싸우는데 좀 지루했다 ) 약간 식상해 지고, 주인공이 여의주 소녀를 만나 도망치다 위험한 고비를 넘기는 장면들도 너무나 허무한 우연이 반복되어 몰입도가 떨어진다. 
반지의 제왕을 연상시키는 엄청난 규모의 악한 이무기를 추종하는 "아트록스" 군단은 주인공의 목걸이가 한번 번쩍이자 모조리 전멸한다 -_- ; 영화 내내 악역으로 비중이 높은 악한 이무기 "부라퀴" 는 선한 이무기의 카운터 펀치에 한방에 쓰러진다.. (그동안의 치열한 추격전과 500 년간의 운명의 기다림은 무엇이었단 말인가...-_- )

영화 초반부의 크레딧이 올라가면서 보이는 한글과, 김홍도의 민화 그림, 약간 깨기는 했지만 조선시대가 나오는 부분들에서 심형래 감독의 "한국적인 것으로 세계에 도전하는" 마음이 보여 흐믓했다. 하지만 점점 빈약하게 전개되는 스토리에 영화 중간에 나도 모르게 졸고 말았다. 잠시 졸다가 깨어보니 옆에 있던 여자분도 졸고 있더라..

그리고, 한국적인 소재를 택한 것은 좋으나, Globalization 을 생각하면 다소 무모해보이는 설정이 여럿 보인다. 미국인 배우가 이무기를 "IMooGi" 라고 부르는 것 까지는 이해하지만, 여의주를 "YeoEuiJoo" 라고 부르는 건 좀 오바스럽다.. 여의주의 본래 의미를 살려 "Crystal Ball" (서양에서 크리스탈 볼은 마력을 지닌 보물로 설정되니..) 정도로 번역하면 어떨까 싶었다.

조선시대 장면에서 서양식 갑옷을 입고 등장하는 악한 이무기 "부라퀴" 의 부하들인 아트록스 군단도 너무 안어울리는 느낌이다. 스파게티에 김치를 섞어놓은 느낌이랄까... 여담으로, 아트록스 군단의 비주얼은 너무 일본만화 스러워서 갠적으로 좀 거슬렸다.

개인적인 소감을 말하자면, 비주얼과 특수효과는 정말 훌륭하다. 하지만 영화 전체적인 짜임새나 스토리의 몰입도는 떨어진다. 예전에 한 네티즌이 심형래 감독을 평하길, "제작자로서의 카리스마와 열정, 리더쉽은 인정하나 본인이 직접 스토리 구상까지 하는 것은 자제했으면... " 이란 글이 있었는데, 전적으로 동감한다. 같은 소재라고 해도 조금만 더 다듬고 스토리의 개연성을 부여했다면 훨씬 훌륭한 작품이 될 것 같은데... 많이 아쉽다~

 
개인적으로 매기는 평점 : ☆  ( 별 5개 만점중 2개 )
공감가는 영화평 :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영화를 위한 눈물은 아니었다"


PS) 영화가 끝나자 관객들은 박수를 쳤다. 극장을 나오는데 어떤 사람이 "우리는 애국한 거야" 라고 외쳤다. 애국심에만 의존해서는 심형래 감독이 그토록 원하는 세계시장 석권은 너무나 요원해 보인다.

PS2 ) 이 글을 쓰고 난지 열흘이 지났는데...
디워가 엄청난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 사실 개봉 당일날 봤을 때는 이정도로 대박이 나리라고는 예상을 못했는데... 심형래 감독의 인간적인 매력, 비슷한 시기에 뚜렷한 경쟁작이 없다는 점, 언론과 여론을 통한 자연스러운 홍보, 디워논쟁이 사회적 이슈화 되고있는 상황등이 맞물려 엄청난 대박을 내고 있다... 현재로서는 천만 관객 돌파도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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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hyperdash 2007.08.02 00:2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스포일러라고 해서 밑부분은 안봤다...

    오늘 볼라고 했었는데 어제 넘 무리해서 졸리더라고.... 난 낼 볼껴 ㅋㅋ

  2. 재미있군요 2007.08.12 21:5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늘 아들들과 같이 가서 본 사람입니다.
    내 아들들은 부리튀(악용? 혹은 악한 아무기)가 불쌍하다고 마음 아파 하더군요.

    일요일 점심 시간인데도 만석은 아니지만 3/4는 채워져 있었고
    어린이 동반 가족도 많았지만 성인 남녀도 상당하였습니다.

    그리고 영화의 내용은 허접하다는데 동의하지만
    "괴물" "태극기 휘날리며" 보다 못하다고 하면 동의할 수 없습니다.
    괴물? 가족애를 빼고 배우들의 열연을 제외하면 내용상 뭐가 있는지?
    은연중의 사회 고발? 장난치냐......
    태극기 휘날리며? 잘 생긴 배우들과 건딜기 힘든 근대사를 다루었다는 것을
    제외하면 역시 뭐가 있는지?
    남부군이 훨씬 더 낫지...

    악감정을 가지고 글 쓴 것이 곳곳에서 들어나기는 하지만
    너무 티를 내면 안되죠.

    • BlogIcon mynotepad 2007.08.13 01:3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는 디워가 다른 한국영화보다 못하다.. 그런 얘기는 전혀 쓴적이 없는데요.. ^^;
      그리고 디워에 대한 감상은 저의 개인적인 의견으로 받아주시면 좋겠습니다.
      의견 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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