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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마모토를 거쳐 다음으로 구경간 곳은 가고시마 현(鹿縣) 이었다.

일본 전국시대 당시에는 사츠마(薩摩) 와 오오스미(大隅) 2개 국(國) 으로 나뉘어져 있었는데, 메이지 유신 당시 폐번치현(廢藩置縣; 지방 분국을 번 단위에서 현 단위로 함 ) 을 하면서 사츠마(薩摩)와 오오스미(大隅)를 합쳐 가고시마 현으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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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시마 현 - 왼쪽이 사츠마 반도, 오른쪽이 오오스미 반도 이며 이 두 반도의 사이에 있는 섬이 활화산 섬인 사쿠라지마(櫻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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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시마 시내 전경. 저 멀리 보이는 산이 바로 가고시마의 상징인 활화산 사쿠라지마(櫻島) 이다. 200 년에 한번꼴로 대규모 폭팔을 하는데, 지금도 연기를 내뿜고 있다.

가고시마 하면 우선 떠오르는 것은 용맹스러운 사츠마 무사 들이다.
일본 최 남단에 위치한 사츠마 지방은 예로부터 사무라이 들이 용맹스럽기로 소문난 지방으로, 전국시대 당시에는 이곳의 영주였던 시마즈(島津) 가문이 규슈 전토 통일을 눈앞에 두고 도요토미 히데요시에게 항복했던 역사가 있었고, 메이지 유신때는 사츠마 출신의 많은 유신지사들을 배출했다. 우리 입장에서는 아주 어이가 없는 이론인 정한론(征韓論; 일본이 발전하려면 한국을 정복해야 한다는 이론) 의 주창자인 사이고 다카모리(西鄕隆盛)의 고향이기도 하다. (사이고 다카모리는 메이지 유신삼걸(維新三傑) 중 한명..)

메이지 유신 이후 유신의 주역이던 사츠마 출신의 많은 유신지사들이 정계로 진출하였다. 이는 지금도 전통으로 이어져오고 있어, 일본 총리였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집안을 비롯하여 많은 일본의 정치인들을 배출한 곳이 바로 이곳 가고시마 이다.
그래서 그런지 만화 정치9단의 주인공 카지 류우스케의 고향도 가고시마로 설정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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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 류우스케는 의문사한 아버지의 뒤를 이어 고향 가고시마에서 출마하여 당선, 정치인생을 시작한다.

가고시마의 남쪽에 있는 치란(知覽) 이라는 마을에 갔다. 원래는 치란의 교토라 불리우는 사무라이 마을을 보러 간 것인데, 가는 도중에 생각지도 않은 것을 보게 되었다.
치란이 바로 태평양 전쟁 당시에 일본의 가미가제 특공대 항공기지가 있던 곳이란다. 여기에 바로 치란 평화공원이라고, 가미가제 특공대를 추모하는 공원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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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평화공원 주변에는 수백개가 넘는 석탑이 있다. 이게 뭐냐하면 가미가제 특공대 전사자들을 추모하기 위해서 일본 전국의 기부자들이 낸 헌금으로 만든 석탑들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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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바로 최근 만들고 있는 가미가제 특공대를 주제로 한 영화 "우리는 당신을 위해서 죽을 수 있다". 소설가이자 극우 정치인인 도쿄 도지사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慎太郎) 라는 자가 각본을 썼다.

가미가제 특공대(神風特攻隊)는 태평양 전쟁 말기, 패색이 짙어진 일본이 전세를 뒤집기 위해 250 Kg 의 폭약을 실은 비행기로 미군 군함에 자폭하는 세계 전사상 유래가 없는 전술이었다. 폭약을 적재한 비행기를 직접 조종해서 군함에 들이받기 떄문에 일반 폭격에 비해 정확도가 훨씬 높고 효과가 좋다고 판단한 일본 대본영은, 초기에는 약 300 명의 가미가제 특공대만 투입하면 전세를 역전시킬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한다.

대본영에서는 가미가제 특공대원을 대단히 명예롭게 치켜세운지라 자원하는 조종사들도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실전에서는 가미가제 특공대가 군함에 급강하 하는 순간 죽음의 공포에 사로잡힌 조종사들이 핸들을 꺽거나 머뭇거리다가 제대로 군함을 향해 돌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10대중 9대 꼴로 대공포에 맞아 파괴되거나 바다에 쳐박혀서 큰 효과가 없었다 한다.
인간의 삶에 대한 집착과 생명의 존엄성을 무시한 가미가제 특공작전은 이렇게 실패로 끝난다.

마침 내가 일본을 방문했던 8월 6일은 히로시마 원폭투하일로 일본 TV 에서 원폭희생자 인터뷰등과 같은 특집 방송을 내보내고 있었다. 애초에 전쟁을 일으킨 잘못은 반성하지 않고, 평화공원만 지어놓고 특공대원을 추모하는 모습들을 보자니 아직 일본인들은 정신 못차렸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정신 못차리고 있는 얼빠진 일본인들에 대한 생각을 하면서... 치란의 교토, 사무라이 마을에 도착했다. 우리식으로 말하자면 민속촌 쯤 되나... 옛날 무사들의 집안과 정원이 잘 보존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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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이 치란의 거리이다. 매우 깔끔하고 잘 정돈된 거리가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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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게도 도로에 있는 도랑에 커다란 잉어들이 살고 있다. 물론 강에서 잡아와서 여기다 방류한 것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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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란의 사무라이 마을이다. 돌담길이 인상적인데, 여기엔 도마뱀도 있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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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일본 정원들을 관람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느긋하게 감상하면 정말 좋겠는데, 이날 날씨가 32 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운 날씨라서 편안하게 구경하기가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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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가꾸어진 정원...

 치란은 잘 정돈된 거리와 예전 모습을 보존하고 있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날씨가 너무 더워서 차분하게 감상을 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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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시마는 일본에서도 농축산업 비율이 가장 높은 지방 중 하나다. 이곳의 명물이 바로 화우(和牛, 와규) 라 불리우는 일본 전통 소고기인데 - 우리식으로 말하면 한우 쯤 될까 - 저녁은 고깃집에 가서 맛있게 고기를 구워 먹었다. 한국의 갈비가 일본에서도 인기 있다더니, 갈비살을 저렇게 한국식으로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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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쿠라지마 에서 본 가고시마 시의 모습.

가고시마는 시골도시였지만 차분하고 편안한 느낌이 나는 곳이었다. 한편, 이곳에서 가미가제 특공대 추모공원도 보고, 여기서 영웅대접을 받는 정한론의 주창자 사이고 다카모리의 동상과 사진도 수없이 보면서 일본에 대한 반감도 심해진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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