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척이나 손꼽아 기다려 온 영화이기에 개봉 당일에 보았는데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런닝타임 2 시간이 언제 갔는지 모를 정도로.. 





잘 아시다시피, 이 영화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그리고 가장 거대하게 성장한 SNS 서비스인 facebook 의 창시자인 마크 주커버그(Mark Zuckerberg)가 facebook 을 창업하고, 회사를 키우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사실 영화 스토리의 주된 초첨은 회사가 커지면서 초기 창업 멤버들과 주커버그간에 회사 지분을 놓고 벌어진 불화 - 그리고 그에 따른 법정 싸움, 그리고 facebook 이란 사업 아이템의 도용과 관련된 법적 분쟁에 맞춰져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정 소송 이야기를 중심축으로 하되 facebook 이 어떻게 만들어 졌고, 하버드 대학교의 교내 서비스로 시작해서 주변 대학으로 조금씩 퍼지다가 결국에는 전 세계로 급격히 퍼져나가는 facebook 의 성장 과정, 그리고 초기에는 사실상 마크 주커버그 1인 기업이던 facebook 이란 회사가 점점 규모가 커지고, 그 과정에서 회사 지분을 놓고 벌어진 창업멤버간의 분쟁을 자연스럽게 법정 싸움과 함께 보여주면서 지루하지 않게 이야기를 잘 풀어간 것 같습니다. 감독의 좋은 연출력이 빛을 발하는 부분이죠. 

영화속에서 제가 관심있게 지켜본 부분은 무엇보다 facebook 이 세계적인 SNS 서비스가 될수 있었던 문화적, 그리고 기술적인 배경이 어느정도나 연출되었는지 였습니다. 

사실 대중을 위한 영화이기 떄문에 facebook 이란 회사를 지탱하고 있는 기술적인 배경에 대한 이야기는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IT 를 잘 모르는 사람도 쉽게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긴 하죠. 하지만 그 와중에도 facebook 의 성공 비결로 꼽힐 수 있는 문화적/기술적인 몇가지 중요한 메시지가 영화 속에서 등장합니다. 

1. 우선 마크 주커버그가 친구이자 CFO 인 왈도 세브린과 facebook 의 창업 아이디어에 대해서 논의하다가 이런 대화를 나눕니다. 왈도가 facebook 의 아이디어를 듣고 "그게 마이 스페이스와 다른게 뭐지?" 그러자 주커버그가 말합니다. "페이스 북은 @harvard.edu 의 메일계정만 갖고 있는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지." 
즉, 배타성이죠. 하지만 이 것은 수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동경해 마지않는 @harvard.edu 라는 메일 계정의 배타성입니다. 솔직히 말해서 facebook 이 하버드가 아닌, 시골의 이름없는 대학에서 시작된 서비스였다면 과연 초기에 이렇게 많은 센세이션을 받을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facebook 이 이후 사업영역을 확장한 것도 철저하게 동부와 서부의 명문대 ( 콜럼비아, 예일, 스탠포드 등... ) 의 교내 SNS 서비스로 확장해 가면서,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하버드의 엘리트 사교집단처럼 선택받은 선남선녀들의 온라인 사교의 장으로 facebook 의 브랜드를 만들어 갑니다. "facebook 을 한다" 는 말이 쿨하다는 의미와 동일시 되는 트렌드를 만든 것이죠. 물론 facebook 이 급격히 인기를 끌면서 이제는 전세계에서 5 억명이나 사용하는 대중적인 서비스가 되었긴 하지만. facebook 의 초기 성장 토대는 harvard 라는 바탕에서 이루어 진 것을 영화에서는 잘 표현했더군요.

2. facebook 이 수만명의 이용자를 거느리고 급격히 성장하기 시작하자 주커버그의 친구인 CFO 왈도 세브린은 facebook에 광고를 유치해서 수익을 발생시키려 합니다. 그러자 주커버그가 강력하게 반대하죠 "facebook 에 광고가 뜨는 것은 쿨하지 않아" 라는 한마디로요. 
또 한가지 장면은 왈도와 주커버그의 사이가 벌어지기 시작하면서 왈도가 facebook 에 투자했던 자금 계좌를 동결시키죠. 그러자 주커버그가 절규하듯이 전화기를 대고 말합니다. "facebook 은 단 하루라도 다운되서는 안돼! 사람들이 facebook 을 떠나기 시작하면 친구들도 따라서 옮겨가는 것은 순식간이라고". 간단한 대화였지만 저는 이 부분이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facebook 은 2004년 2월 오픈 첫날 650 명이 가입한 것을 시작으로 2010년에 가입자가 5 억명이 돌파할 정도로 폭팔적으로 성장합니다. 그런데도 이 와중에 단 한번도 서비스를 중단한 적이 없었고, (구글을 찾아보니 가끔 facebook 사이트가 다운된 경우는 있었나 봅니다... ㅋ ) 급격히 증가하는 사용자의 트래픽을 충분히 소화할 수 있을 정도로scalability 와 stability 를 유지하는 안정된 서비스였다는 것이죠. 


마크 주커버그는 전형적인 geek 스러운 해커 ( 여기서 저는 뛰어난 실력을 가진 프로그래머라는 의미로 해커란 단어를 쓰겠습니다 ) 로 묘사됩니다. 사회성이 부족해서 여자친구에게 채이고 난 후, 홧김에 학교 DB를 해킹해서 만든 교내 여학생들의 외모 품평 사이트가 facebook 의 모태가 되었다는 이야기. 36 시간동안 연속적으로 코딩을 하고 잠을 잔다든지, 헤드폰을 쓰고 일단 코딩에 열중하기 시작하면 주위에서 벌어지는 일 따위는 까맣게 잊어버리는 사람으로 묘사됩니다. 

그러고보니 facebook 에서 초창기에 인턴 사원을 뽑는 장면도 재미있더군요. 주커버그가 인턴 선발을 위해 후보자들을 모아놓고 학교 서버를 뚫는 해킹 경진대회를 열어서 우승자를 인턴으로 선발하기로 하는데, 대회 규칙은 이렇습니다. 서버에서 관리자가 해킹을 감지하면 양주 한잔, 코딩이 10 줄이 될때마다 양주 한잔, 그리고 매 3 분이 지날때마다 양주 한잔.. 이렇게 몇몇 지원자가 엄청나게 술을 마시면서 해킹 코드를 작성하다가 그 중 한 명이 해킹에 성공하자 주커버그가 그와 악수를 하면서 외치죠 
"Welcome to facebook!". 

영화는 주커버그를 천재적이기는 하나 사회성이 부족하고 속좁은 인물로 묘사합니다. 이 영화 때문에 한때 facebook 측에서 명예 훼손으로 영화사를 상대로 소송을 건다는 소문도 있었는데 뜬소문이었나 봅니다. 검색해 보니 마크 주커버그는 최근에 오프라 윈프리 쇼에 출연해서 영화 facebook 에 등장했던 이야기들은 대부분 사실이며, 자신도 이 영화를 무척 마음에 들어 한다는 대인배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단, 영화에서 여자친구인 에리카에게 차여서 facebook 을 개발하기 시작했다는 부분은 사실이 아니라고 분명히 말하더군요. 

극 중 왈도의 여자친구로 중국계인 크리스티가 등장하는 것도, 실제 주커버그는 중국계 여자친구와 동거중이라는 근거에서 설정을 가져온 듯 합니다. 주커버그의 말로는 자신이 평소에 즐겨 입는 옷이나 즐겨 사용하는 소품들을 영화에서 매우 정확하게 묘사했다면서 즐거워 했다는데. 그만큼 이 영화는 일종의 전기영화적인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실제 있었던 일 자체가 너무나 드라마틱 해서 영화가 끝날때까지 계속 흥미진진 했습니다. 


스토리 자체를 그냥 받아들이는 것 만으로도 영화를 충분히 즐길 수 있었지만. 굳이 감독이 영화속에서 전하고자 한 메시지를 한 가지 찾아보자면, 5 억명이라는 사람들을 서로 연결해 준 facebook 이란 소셜 네트워크를 개발한 주커버그가 정작 이 facebook 때문에 친한 동료들( 왈도, 숀 파크 등.. ) 과 원수가 되고 자신을 차버렸던 에리카에게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facebook 으로 친구 초대를 하는 장면을 통해서 facebook 의 소셜 네트워크와 현실에서의 소셜 네트워크의 괴리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듯 합니다. 

영화 포스터에 "몇 명의 적을 만들지 않고서는 5억명의 친구를 모을 수 없다" 라고 써 있는 카피라이트도 감독의 의도를 엿보이는 글귀이고요. 

아무튼 강추하고 싶은 좋은 영화입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댓글을 달아주세요!
  1. 그리스도인 2010.11.28 21:5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통신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인해 우리는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과도 대화를 할 수 있지만, 과연 그런식의 공동체가
    전통 공동체를 대체할 수 있는지.. .. 전 회의적인 입장입니다. 히히 . 글 잘 읽었습니다.! 이 영화 꼭 보고 싶어요 .

    • BlogIcon mynotepad 2010.12.01 00:1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온라인 소셜 네트워크는 오프라인 소셜 네트워크를 흉내낸 것 뿐이죠...
      온라인 인맥은 어디까지나 오프라인 인맥의 보조적인 역활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백번 채팅하는 것 보다 한번 만나서 대화하는 게 그 사람을 더 잘 알수 있듯이요... ;)

이름 암호 홈페이지